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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한 사람도 버려짐이 없는 세상……
오늘이 인권 주일입니다.
윤창호 도미니코 신부 / 두촌 본당

 

  찬미 예수님! 저는 음성 꽃동네 옆 신설 본당(두촌성당)에 있다 보니, 그 동안 체험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체험합니다. 과연 여기가 사랑의 땅, 용서의 땅, 자비의 땅임을 실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난 해 신설 본당 초대주임으로 부임한 후 공동체가 기도할 공간으로 임시 성당인 조립식 성당을 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맘때 즈음 우연한 기회에 꽃동네 수녀님들과 함께 서울역, 용산역 지하철 노숙인들을 만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까진 저도, 우리 가난한 공동체도 아직 집이 없던 터라, 집 없는 그분들께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 후 또 서울 쪽방촌(그분들은 ‘작은 방’이라 부르신다고 함)에 사시는 분들을 만나러 간적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곳은 바로 코앞이 OOO 백화점 물류센터앞이었습니다. 헉! 이걸 어쩌나…….


  사실 저는 지방에 사는 촌놈인지라, 서울엔 1년에 몇 번 갈일도 없고, 그렇다 보니 그러한 분들을 직접 대면하는 일 없이 지내 왔었습니다. 두려움 반, 걱정 반, 묵주기도를 바치며 서울역에 도착한 버스는 저녁8시. 서둘러 빵과 음료를 내려놓고 그분들을 만날 준비를 합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벌써부터 긴 줄이 서 있었고, 우리 일행은 간단한 기도로 줄을 선 이들에게 먹을거리를 나누어 드렸습니다. 길게 늘어선 줄보다도 훨씬 빠르게 줄은 줄어들었고, 벌써부터 수녀님, 수사님들은 이곳에 오지 못하시는(거동이 불편하신) 지하도 노숙인분들에게 발길을 돌립니다. 촌놈인 저에게는 충격이고, 그분들께는 일상인 지금, 여기의 삶.
  지하도에 길게 늘어선 박스로 지은 임시숙소들…. 우리들의 방문을 기쁘게 받아 주시는 분들이 고마웠습니다. 대부분 IMF때에 사업실패, 기타 등등의 이유로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친구로부터 버림받아 이곳에 오게 되었고, 또 어떤 이들은 낮엔 일을 하러 나가고 밤엔 숙식, 숙박비를 줄이고자 이곳에 오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제 나의 친구, 내 동무, 나의 남편, 나의 아빠…. 그가 지금 이 추운 겨울 박스 한 장 깔고 몸을 누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습니다. 지난 사제생활 20년…. 정말 나는 따뜻한 곳에 살았구나. 추위 때문에 살을 에는 고통 없이 살았구나. 집 걱정 없이 살았구나. 먹을 것 걱정 없이 살았구나. 그 많은 것을 누리고도, 은총인지 모르고 살았구나…. 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성탄이 곧 다가옵니다. 집 없는 이들 속에 집 없이 오신 주님, 가난한 마구간 구유 위에, 이 혹독한 세상에 오신 주님, 지금 집 없이 세상에 사는 이들을 돌보아 주소서. 저희로 하여금 그분들께 마음을 향하게 하소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한 사람도 버려짐이 없는 세상……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오늘이 인권 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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