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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중심 “이유 없음”

 

 
주영길 토마스 신부 / 청주성모병원 행정부원장


  지난 1월, 영국에서 ‘고독 담당 장관’이 임명되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가 정책으로 고독이라는 문제에 적극 대응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만큼 사회적 질병으로 고독이 만연되어 있으며, 개개인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혼밥, 혼술, 욜로족, 고독사 등이 시대의 트렌드가 된지 오래입니다.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율법 교사의 질문은 고독 속에 살아가는 시대의 절규이기도 합니다.
사실 율법 교사는 율법의 울타리 안에서 이웃을 이해합니다. “너희는 동포에게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9,18).” 피를 나눈 형제, 하느님의 선택된 민족, 무엇보다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동족이 이웃입니다. 무릇 이웃은 넘어올 수도 넘어 갈 수 없는 한계가 되었습니다.
  비유의 첫 등장인물은, 율법 교사가 철석같이 믿는 이웃입니다. 사제와 레위인, 그들은 예루살렘 성전의 복무자입니다. 매일 아침 ‘쉐마(들어라) 이스라엘’을 암송하며, 하느님의 제단에서 거룩한 일을 도맡아 합니다. 그들은 사랑의 이중계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분명 그들이 강도당한 사람을 지나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자칫 그를 돕다가 강도로 오해 받거나 강도를 당할 수도 있고, 혹은 초주검이 된 사람을 가까이 하여 부정하게 된다면 정결례를 치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목을 잡습니다. 시간과 돈도 꼬리를 무는 문제입니다.
  사마리아인의 등장은 율법 교사와 청중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굳이 역사를 거슬러 사마리아인과 이스라엘의 불목을 되짚지 않더라도, 그들은 이스라엘에게 신앙의 변절자요 이단이며 무시 받는 존재입니다. 그런 사마리아인은 강도 만난 사람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상처를 씻어 주고 정성껏 싸매어 여관으로 데려가 돌봅니다. 또한 여관 주인에게 당부의 말과 더불어 추후 비용까지 책임을 다합니다. 뜻밖의 사람이 뜻밖의 자비로 낯선 누군가를 살립니다.
  따지고 보면, 사마리아인은 더 많은 변명거리가 있습니다. ‘나는 이방인입니다. 그리고 여행자입니다. 여비도 넉넉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강도당한 사람이 나를 이웃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사마리아인은 초주검이 된 이웃을 나 몰라라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웃이라 믿었던 이들이 멀찍이 피해갔습니다. 사마리아인에게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없기에 두려움 없이 자비를 베풀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이유들이 자신을 이웃에 대한 의무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며 관계의 단절로 표현됩니다. 어느덧 변명과 이유는 굳은살처럼 파고들어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반면 이유 없음은 우리로 하여금 이웃의 한계를 무너뜨립니다. 즉각적으로 자비를 베풀게 합니다. 머뭇거림 없이 사랑하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만일 이유가 있다면 당신 삶에 자비를 청하지 마십시오. 자비도 당신 삶을 비켜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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