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postedOct 10, 2019

[사진] 주교회의 2019 해외 동행 취재 (2) 폴란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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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보편 교회인 가톨릭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사회 일반에 환기하고자, 2019년 9월 21-29일 ‘동유럽 가톨릭 문화유산’을 주제로 해외 동행 취재를 실시했다. 교계 신문 주교회의 출입기자단과 일간지 종교담당 기자단을 대상으로 폴란드, 오스트리아, 체코의 가톨릭 성지와 순례지를 답사했으며, ▲민중과 동고동락한 동유럽 가톨릭의 역사 ▲지역색과 역사 속에서 토착화된 대중 신심 ▲현대 수도원의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성 콜베 신부 


9월 23일 오전, 취재단은 폴란드 오시비엥침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유적을 방문했다. 운영사무소에서 취재용 비표를 발급받아 모든 구역에서 사진 취재를 할 수 있었다. 가톨릭 교회는 이곳에서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랑의 순교자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를 기억한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수사로서 ‘성모 기사회’ 조직과 잡지 ‘성모의 기사’ 간행으로 그리스도인의 표양을 전파하던 콜베 신부는, 대중매체 선교와 유대인 난민 쉼터 운영으로 말미암아 정치범으로 몰려 1941년 5월 28일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다. 


그해 7월 말 한 수감자가 탈출했고, 수용소 규정에 따라 다른 수용자 10명이 탈주자 대신 아사 감방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지명된 10명 가운데 프란티섹 가조브니체크라는 이가 “저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습니다”라며 울부짖자, 수인번호 16670번 콜베 신부가 그를 대신해 나섰다. 아사 감방의 수용자들은 묵주기도와 찬미가를 부르다 죽어갔다. 8월 14일 성모 승천 대축일 전날, 독일군은 감방을 비우고 다음 희생자들을 수용하고자 콜베 신부를 포함한 생존자 4명에게 페놀 주사를 놓았다. 성모 신심이 지극했던 그는, 성모 승천 대축일 바로 전날에 전 세계가 기억하는 성인이 됐다. 


콜베 신부가 선종했던 방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아우슈비츠 방문 때 기증한 초와 기념물이 놓여 있다. 매년 8월 14일, 콜베 신부 기념일에는 이곳에서 기념 미사를 드린다. 콜베 신부 대신 살아남은 프란티섹 가조브니체크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년 미사에 동참했다고 한다. 




①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가스실 유적. 천장의 구멍으로 치클론 B 가스를 주입해 수용자들을 살해했다. ② 11번 수용소 지하, 콜베 신부가 페놀 주사를 맞고 순교한 감방. 1979년에 이곳을 방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초와 월계관을 봉헌했다. ③ 왼쪽부터 콜베 신부의 이름이 실린 수용소 이송자 명단, 콜베 신부의 사진, 사망진단서. ④ 살해된 수용자들을 화장하던 곳. ⑤ 총살형과 교수형이 자행되던 곳.


▲ 와기에브니키 하느님의 자비 성지(자비의 성모 수녀원) 


9월 23일 오후에 방문한 크라쿠프-와기에브니키의 ‘자비의 성모 수녀원’은 수녀원 전역이 성지로 지정돼 있다. 환시로 접한 예수님의 메시지를 ‘하느님의 자비’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전한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성녀(1905-1938년. 2000년 시성)가 생활하고 묻힌 곳이다. 


성지의 중심인 자비의 예수님 성당 제대 밑에는 성녀의 무덤이 있다. 제대 왼편에는 파우스티나 수녀가 묘사한 예수님의 모습을 아돌프 히와가 그린 자비의 예수님 성화 원본이 걸려 있고, 그 앞에는 성녀의 유해 일부(뼛조각)가 있어 신자들이 줄지어 유해에 입을 맞추며 기도한다. 매일 오후 3시에 이곳 성당에서는 수녀들과 신자들이 모여 세계 각국의 언어로 ‘하느님 자비의 기도’를 바친다. 수녀원 뒤편에는 2002년에 건립된 ‘하느님의 자비 바실리카’가 있다. 이곳의 제단은 세상을 의미하는 지구본 모양의 감실, 세파에 시달리는 인간을 의미하는 흔들리는 나뭇가지로 장식되어 있다. 수녀원 관계자는 감실이 한국 신자들의 봉헌으로 제작되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느님 자비에 대한 신학서를 다수 집필한 엘쉬비에타 수녀는 이곳을 쳉스토호바 다음가는 폴란드 제2의 성지라고 자평한다. 1862년 바르샤바에서 설립되고 1868년 크라쿠프로 옮겨 온 수녀원은 윤락여성과 무연고 소녀들을 위한 ‘자비의 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초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폴란드들이 파우스티나 수녀의 무덤 앞에 모여와 기도하면서, 수녀원은 자연스레 개방되고 사실상 성지로 인식됐다. 1968년에 수녀원은 순례지 개념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신심이 세계에 전파되면서 1992년 크라쿠프대교구장은 이곳을 ‘하느님의 자비 성지’로 공식 지정했다. 


한국에서 하느님의 자비 신심은 폴란드 팔로티회 수사들의 한국 진출(1990년 2명)과 사도직을 통해 전파됐다. 폴란드 수사들이 공산주의 시대 종식에 대비한 중국 선교의 교두보로 한국을 택한 것이다. 팔로티회 분당 수도원에는 파우스티나 수녀의 유해 일부가 안치되어 있다. 




① 폴란드 신자들이 매일 오후 3시 하느님의 자비 성지 성당에서 하느님 자비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 ②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신학 서적을 다수 집필한 엘쉬비에타 수녀(왼쪽)와 서적 번역에 힘쓰는 필리핀 출신 데레사 수녀. ③ 2002년에 봉헌된 하느님의 자비 바실리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축성식을 주례할 때 국제순례지로 지정됐다. ④ 바실리카 전경. ⑤ 바실리카 성가대석 배경의 스테인드글라스.


▲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9월 24일 오전에 방문한 크라쿠프 인근 비엘리치카의 소금 광산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이 시작될 때 최초로 지정된 12대 유산의 하나이며, 폴란드 광산노동자들의 토착화된 신심을 엿볼 수 있는 순례지이기도 하다. 소금 광산은 13세기에 발견돼 폴란드의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 헝가리 출신 킹가 공주(성녀 구네군다)가 폴란드 군주 볼레슬라오 왕에게 시집 올 무렵 광산이 발견됐다. 자선과 문화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존경받게 된 킹가 공주는 소금광산의 수호자로 추앙받았다. 


암염을 채굴하던 갱도 사이사이에는, 위험하고 어둡고 고독한 지하에서 생활하던 광부들이 신앙에 의지하고자 세운 성당들이 있다. 그들은 지하 성당들을 작업에 착수하기 전 기도하며 힘을 얻는 장소, 수호성인들의 보호를 청하는 장소로 꾸몄다. 사물이나 사람을 잘 찾게 도와준다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성당, 19세기 중반 지하수 누출로 위험에 처한 광산이 기적적으로 보존된 것에 감사하며 세워진 성 십자가 성당을 예로 들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웅장한 성당은 지하 101m 깊이의 성녀 킹가 성당으로, 광부들이 손수 암염을 깎아 조각한 예수님의 생애 연작 부조가 감탄을 자아낸다. 2010년에는 성당 진입로에 소나무 부조로 십자가의 길 14처를 제작해 ‘비엘리치카 골고타 길’을 조성하고, 각 처에는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작은 돌을 안치했다. 


관람 코스의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성당은 2014년 교황 시성을 기념해 알렉산드로비츠 2세의 방을 개조한 공간이다. 장식을 최소화한 제단, 순백의 암염을 깎아 만든 제대와 십자가가 세련된 미감을 자아낸다. 갱도의 전시관과 성당들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출구에 다다르면 성녀 킹가 초상화, 양옆의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클라라의 목조각상이 순례자들을 배웅한다. 




①  소금 광산의 암염 채굴을 재현한 전시실. ② 2010년 성녀 킹가 성당을 둘러싼 형태로 조성된 비엘리치카 골고타 길의 십자가의 길 부조. ③ 기물 전체가 암염을 깎아 제작된 성녀 킹가 성당 제단. ④ 17세기 후반에 조성된 성 안토니오 성당 제단. 십자고상 배경에 하얀 암염이 눈처럼 내려앉았다. ⑤ 성 요한 바오로 2세 시성 기념 성당의 암염 십자가와 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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