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postedOct 10, 2019

[사진] 주교회의 2019 해외 동행 취재 (3) 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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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보편 교회인 가톨릭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사회 일반에 환기하고자, 2019년 9월 21-29일 ‘동유럽 가톨릭 문화유산’을 주제로 해외 동행 취재를 실시했다. 교계 신문 주교회의 출입기자단과 일간지 종교담당 기자단을 대상으로 폴란드, 오스트리아, 체코의 가톨릭 성지와 순례지를 답사했으며, ▲민중과 동고동락한 동유럽 가톨릭의 역사 ▲지역색과 역사 속에서 토착화된 대중 신심 ▲현대 수도원의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 성 베네딕도회 멜크 수도원  


취재단이 방문한 오스트리아의 두 대수도원은 11, 12세기에 바벤베르크 왕조의 군주들이 직접 세웠고 국가의 토대가 되었다. 이들 수도원을 지칭하는 독일어 슈티프트(Stift)가 왕립 수도원을 뜻한다고 하니, 국가와 교회 권력이 일치하던 시대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의 세속화가 심해진 지금에도 수도원들은 본연의 사목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현대인들의 신앙 감각을 일깨우고 신앙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교회를 좀더 이해하기 위한 비엔나대교구청 방문은 현대 교회가 간직하고 키워야 할 신앙의 유산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9월 25일 오전에 만난 멜크 수도원 문화관광 담당 마르틴 로테네더 신부에 따르면, 1089년 레오폴드 2세의 수도원 설립은 오스트리아 국가 성립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라는 국명은 (독일로부터) ‘동쪽 영토’를 뜻한다. 서쪽 멜크의 수도원을 발원지로 삼아 군주의 영토가 동쪽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멜크 수도원은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대통령이나 총리가 오스트리아를 방문할 때 꼭 들르는 명소라고 한다. 


중세 학문의 중심지였던 수도원의 위상에 걸맞게, 멜크 수도원은 1,888개 필사본, 750개 고판본 등 10만여 장서를 소장하고 있다. 13세기 멜크의 수도승이 남긴 일기는 당대의 수도생활을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영감을 주었고, 소설의 성공으로 수도원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 베네딕도회 수도승의 영적 전투와 승리를 장엄하게 표현한 성당은 순례자들의 경외감을 자아낸다. 


현재 수도원에는 교육, 문화, 관광, 영성 사도직에 몸담은 30명의 수사신부, 문화, 교육사업에 종사하는 350여 명의 임직원이 있다. 로테네더 신부는 수도원 건축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이 거룩함에 대한 감각을 일깨움으로써 현대인들에게 문화적, 영적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금서 목록의 진위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움베르트 에코를 만나 집필에 도움을 준 적은 있지만 금서는 “실제 있었으면 흥미진진했겠다”며 선을 그었다. 




①  뒤편의 탑은 1089년 수도원 설립 당시에 건축된 것이다. ② 수도원 성당 천장화는 성 베네딕도회 수도승의 영적 전투와 승리를 묘사한다. ③ 수도원 박물관 장서실. ④ 장서실에 전시된 중세 필사본. ⑤ 수도원 성당 내부 전경.


▲ 성 아우구스티노회 클로스터노이부르크 수도원 


비엔나 북쪽에 위치한 이 수도원은 1114년 오스트리아의 수호성인이기도 한 레오폴드 3세가 설립했으며, 1133년부터 900년 넘게 아우구스티노회 규율 의전 사제(canon regular) 공동체로 존재해 왔다. 수도원 모델에 기반한 사제들의 생활공동체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9월 25일 오후 취재단을 맞이한 수도원장 베른하르트 바코프스키 아빠스는 현재 아우구스티노회 오스트리아 연합회 총장이며, 2010년부터 6년간 전세계 아우구스티노회의 수장 격인 총연합회 수석 아빠스를 지냈다. 바코프스키 아빠스와 부원장 타대우스 신부는 폭이 좁은 흰 띠를 목 앞뒤로 걸고 있었다. 사로치움(sarocium)이라 부르는 이 띠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뵙고 그리스도의 영광과 빛을 입는다는 뜻이라고 타대우스 신부는 설명했다. 현재 수도원에는 사제 25명이 거주하며, 전세계 30여개 본당에 사제들을 파견하고 있다. 


성당 바로 뒤에 지어진 수도원 본관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아버지인 카를 6세가 황실의 여름 별장으로 계획하고 건축했다고 한다. 수도원의 자급자족을 위해 대규모 포도주 제조시설을 운영하는 관계로 본관 복도에서도 포도주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수도원 박물관에는 오스트리아 대공의 즉위식 때마다 대를 물려가며 쓰던 관, 설립자 레오폴드 왕과 아그네스 왕비를 기억하며 제작한 화려한 성광과 미사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울러 수도원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표현한 현대미술품도 수집 전시하고 있어, 900년간 수집한 작품이 총 4만 점에 이른다. 박물관 큐레이터인 볼프강 후버 씨는 “종교의 존재감이 줄어드는 시대에 현대인의 종교적 심성을 회복시키고 신앙의 매력을 전하는 것이 현대미술 발굴 사업의 목표”라면서, 수도원 장상들이 보기에 거북한 대담한 표현을 했더라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면 확보해 세상에 알리도록 적극 설득한다고 했다. 




① 클로스터노이부르크 수도원에서 취재단을 맞이한 베른하르트 바코프스키 아빠스. 이곳의 규율 의전 사제들은 그리스도의 영광을 상징하는 흰 띠 사로치움을 착용한다.  ② 수도원 성당 내부 전경. ③ 수도원 회랑에서 내다본 중정. ④ 수도원의 자급자족을 위해 운영하는 포도주 제조장 입구.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주에는 탄소발자국 제로(0) 인증 표시가 붙어 있었다.  ⑤ 수도원 박물관에 보존된 성당 기물들.


▲ 비엔나대교구청과 주교좌 성 슈테판 대성당 방문 


한국전쟁 이후 보릿고개를 몸으로 겪은 한국 천주교회 신자들에게 오스트리아는 한자를 음차한 ‘오지리’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하다. 1950년대 후반부터 오스트리아 교회가 가톨릭 부인회, SOS 어린이마을,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비롯한 아낌없는 물적, 인적, 영적 도움을 준 덕분이다. 20세기 초반 전개된 ‘가톨릭 운동’은 오스트리아 신자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것을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세계의 이웃과 나눈다는 소명의식을 불어넣었다. 


26일 오전, 비엔나대교구 프란츠 샤를 보좌주교를 만난 장소는 성 슈테판 주교좌성당 앞 번화가였다. 일상용 자켓 차림에 사무용 가방을 들고 출근하던 유럽 신사가 “안녕하세요!”라는 또렷한 한국어 인사를 건넨 것이다. 그는 한국의 여느 성지안내 봉사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취재단을 안내했다. 


교구청 외벽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비엔나대교구 신자들이 유대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음을 기념하는 상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접견실에 걸린 십자가 성화는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다. 1938년 오스트리아를 강제 병합한 독일의 나치 군대가 교구청에 쳐들어와 성화에 총알을 쏘고 훼손한 자국을 그대로 놓아둔 것이다. 쳉스토호바에는 상처입은 성모님이, 비엔나에는 상처입은 예수님이 계셨다. 


강제 병합당한 오스트리아의 교회는 탄압받는 처지였다. 프란치스코 수녀회 소속인 복자 마리아 레스티투타 카프카 수녀(1894-1943년. 1998년 시복)는 나치를 비판하는 문서를 만들어 배포하다 비엔나형무소의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 샤를 주교는 당시의 신자들이 겪은 고초를 그리스도교 초기 순교자들에 비추어 묵상한다면서도, 종전 후에 돌아온 신자들을 잘 돌보지 못한 점은 분명히 반성할 부분이라고 했다. 


21세기 오스트리아 교회는 주교회의가 발행한 청년판 가톨릭 교회 교리서 ‘YOUCAT’,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입각한 생태 보호 운동으로 세계 교회에 모범이 되고 있다. 샤를 주교는 세계 50여 개 언어로 번역된 YOUCAT에 큰 자부심을 보이며, 생태보호 활동을 통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구청 방문에 이은 성 슈테판 대성당 답사는 전문 해설자의 배려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중앙 제단과 제의실까지 꼼꼼히 둘러보며 진행되었다. 대부분 문맹이었던 중세의 신자들을 위해 정교하게 제작된 성당 곳곳의 성미술품을 보며, 취재단은 ‘가난한 사람들의 복음서’라는 성화상의 존재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①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오스트리아 교회가 유대인 난민들에게 피난처를 내어주었음을 기억하는 비엔나대교구청사 외벽의 기념비. ② 교구청 접견실의 십자가 성화가 나치 군대에게 훼손된 그대로 걸려 있다. ③ 비엔나대교구 프란츠 샤를 보좌주교(왼쪽)가 교구청 경당에 모셔진 비엔나의 순교 복자 마리아 레스티투타 카프카 수녀 조각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④ 성 슈테판 대성당 중앙 제단. ⑤ 성 슈테판 대성당의 조각품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강론대. 악을 상징하는 동물들과 설교자를 엄호하는 주님의 충견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남다른 묵상거리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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