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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중심 주님 세례 축일

 

 
박정식 요셉 신부 / 성유대철 본당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제가 체험한 세례성사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몇 년 전, 본당에 50대 중반의 부부가 세례를 받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형제님은 유난히 마르고 삭발을 한 상태라 누가 봐도 크게 아파 보였습니다. 면담을 해보니 형제님은 위암 말기이고, 더이상 병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어서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치료 할 생각으로 시골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시설인 청주 성모꽃마을에서 강의를 듣게 되었고, 거기서 천주교에 호감을 갖게 되어 세례를 받고자 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교리를 시작했는데, 형제님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이 찾아와서 힘들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교리를 빠진 적도, 주일 미사는 물론 평일 미사도 빠진 적이 없었고, 심지어는 당시 본당에서 했던 성경 공부도 빠짐없이 참석하였습니다. 그러다 세례식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건강이 악화되어 일산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형제님은 늘상 ‘이 세상에서 마지막 소원은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는 말을 했기에, 한 달 후에 있을 세례식까지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제가 병실로 찾아가서 세례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형제님은 “신부님, 하느님은 저를 사랑하셔서 제가 세례받을 때까지는 분명 데려가지 않을 것을 확신합니다. 저는 정해진 그날에 세례를 받겠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세례식 하루 전날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2시간 반 동안 차로 움직이는 도중에 사망할 수도 있다며 외출을 금했지만, 그분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병원에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봉고차를 빌려 산소통이 부착된 휠체어를 싣고 출발하셨습니다.


  성당에 도착한 형제님이 휠체어에 앉아 산소호흡기를 연결하고 성전에 들어올 때부터 성당 안은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겠다는 의지가, 구원에 대한 열정이 그분으로 하여금 죽음을 무릅쓰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서 몇 시간을 차를 타고 오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형제님은 유스티노, 자매님은 유스티나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식이 끝나고 제가 유스티노 형제님께 한 말씀 부탁드렸습니다. 그러자 그분이 거친 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제가 세례를 받고 당신 자녀로 새로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곧 죽을 사람이 새로 태어났음에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부모님이 주신 이름으로 살다가 이제 곧 죽겠지만, 하느님 나라에서는 유스티노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살게 되었음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하고 있는 모습에 미사에 참례한 모든 신자가 깊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결국 그 분은 세례를 받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병원에서 선종하셨습니다.
  지금도 ‘세례’란 단어를 떠올릴 때면 그분 생각이 납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을 맞이하여 내가 받은 세례를 기억하고, 내가 세례를 받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진심으로 감사하고 감격하는 그런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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