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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중심 연약함의 신비

 

 
이준연 사도 요한 신부 / 청주성모병원 관리부장


  “교회에서 낙태는 죄 아닌가요?”
  “교회가 낙태 반대만 했지, 어려운 여성들을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최근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을 우려하여 태아들의 생명을 지키려는 특별세미나에서 어느 여성계 대표가 주장한 위의 말들이 정신을 일깨웁니다. 그동안 교회가 모자보건법 14조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낙태 위험에 처해 있는 미혼모들과 태아들을 지키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생명지원센터’, 보육원, 입양원 등을 설립·운영하며 생명을 지키기 위해 힘써온 것이 과연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 제1독서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지혜를 주지 않으시고, 당신의 거룩한 영을 보내지 않으시면, 누가 하느님의 뜻을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지혜 9, 17).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 27)라고 가르칩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도 그분처럼 십자가를 지고 따르겠다는 선택입니다. 그분처럼 하느님 뜻에 순종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포기하며 살아가겠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지닌 우리는 십자가를 지는 삶이 두려워 그것을 자주 회피하게 됩니다. 십자가의 고통과 시련 앞에 우리는 자주 인간적인 ‘연약함’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 인간적인 ‘연약함’을 통해 우리를 부르십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바로 그 순간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게 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십자가의 작은 희생과 고통을 구원의 열매로 바꾸어 주십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짊어지는 자신의 십자가는 우리를 교만과 불순종인 죽음의 길로부터 겸손과 순종인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구원의 통로가 됩니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자기결정권에 의해 낙태가 허용된다는 것은 인간 생명의 불가침과 약자 보호라는 사회질서의 기본 토대를 무너뜨리는 일”로서 유감을 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신과 출산을 여성 개인에게 떠넘긴 채, 임신한 여성을 위한 사회적 지지기반을 마련하려는 정책적·문화적 노력에 소홀했음을 인정하고 이를 깊이 성찰하는 일”이며, “여성과 태아가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아기 아버지를 비롯해 우리 사회가 임신과 출산의 공동책임을 받아들이는 의식과 실천이 이루어지도록 합당한 제도를 마련해 주실 것”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촉구하였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짊어져야 할 십자가 중의 하나는 분명 낙태를 통한 태아들의 살해 위협입니다. 그들 모두가 존재론적으로 소중한 ‘인격’입니다. 그리고 그들뿐만 아니라 비록 의식이 없을지라도 생의 말기 죽을 위험에 놓여 있는 어르신들도,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 모두도 하느님의 소중한 ‘인격’입니다. ‘낙태’라는 말만 나오면 그동안 회피했던 인간적인 ‘연약함’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에 맞서 생명의 복음을 기쁘게 선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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