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우리들도 이러한 믿음으로 나의 ‘십자가’를 짊어질
용기를 지녔으면 합니다.
김성우 이사악 신부 /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매년 9월 순교자 성월이 되면 우리들은 자연스레 교회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으신 신앙의 선조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육체적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던 한국 순교자들의 삶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분들의 삶에 대한 숙연함을 너머 “과연 나였으면?”이라는 질문을 갖게 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은 박해의 시대가 아니니 다행이란 생각을 갖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심스레 여쭤보고 싶습니다.
과연 지금이 박해의 시대보다 신앙을 지키기가 훨씬 수월할까요?
독일의 어느 시골에 있는 수도원에 한국 신부 한명이 개인피정을 갔습니다. 그 수도원에는 80세를 전후로 하는 고령의 독일인 수도자 몇 분이 살고 계셨습니다. 동방의 나라에서 온 젊은 신부에게 이분들은 다양한 관심을 보이셨고, 특히나 젊고 역동적인 한국교회에 부러움을 표하기도 하셨습니다. 대화의 끝에 어느 한 노(老) 수도자가 조심스레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우리 수도원은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성무일도 소리와 성가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끔직한 전쟁 속에서도, 나치정부의 탄압 속에서도 우리 수도원에는 젊은 수도자들의 아름다운 기도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속화’라는 보이지 않는 무서운 힘에 지배를 받은 이후부터 이 수도원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세계 전쟁 중에서도 문을 닫지 않았던 우리 수도원이었지만 더 이상 입회자들이 찾지 않아 이 분원(分院)은 폐쇄를 결정하였습니다..”
분명 우리는 육체적 고통이 뒤따르는 박해의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성당에서 매일 성체를 모실 수 있고, 고해성사를 위해 몇 달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신앙을 저버리게 만들 수 있는 유혹들은 박해의 시대보다 더 무섭게 주변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고통’과 ‘죽음’은 원치 않고 오직 ‘축복’과 ‘부활’만을 바라는 현대인들의 신앙풍조 안에서 이러한 유혹들은 더욱더 위협적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복음 말씀 안에서 주님께서는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자신을 따르라 말씀하십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기까지 합니다. 주님의 이 말씀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2독서에서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으시는 하느님이 나의 편”이라고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들도 이러한 믿음으로 나의 ‘십자가’를 짊어질 용기를 지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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