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관련 링크 및 정보

[경향잡지 5월호/교회 | 교구의 재발견]청주교구장 김종강 시몬 주교: 교구장 주교로서, 한 사람의 신자로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6-05-04 조회수 : 12

[교회 | 교구의 재발견]

청주교구장 김종강 시몬 주교

교구장 주교로서, 한 사람의 신자로서


글 김은영 편집장 


‘옆집의 성인들’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2024년 초겨울에 나온 책 「네 믿음이 장하다」는 우리 부모님 시대에 살다 간 청주교구 신자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의 신자들이 가슴속에 소중히 품고 있던 기억을 “하느님 나라로 직행하는 ‘최신 안내 지도’”로 엮어 내자고 제안하신 청주교구 제4대 교구장, 김종강 시몬 주교님을 만납니다.


주교님, ‘청주교구를 빛낸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 이야기 「네 믿음이 장하다」’를 읽으니 그 시대의 풍경이 저절로 그려지는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책을 기획하면서 청주가톨릭문인회에 ‘사실에 기초하면서도 신자분들이 감동할 수 있게’ 이야기(스토리텔링) 형태로 써 달라고 당부드렸고, 작가님들도 기도하며 취재하는 가운데 깊은 감동을 받으셨다고 해요. 출판기념회에는 그 신앙 선조들의 가족들을 초청했는데, 우리 부모님, 형님의 삶이 이렇게 본받을 만한 삶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면서 기뻐하셨어요.

한국 교회에는 성인도 많고 복자도 많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옆집의 성인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7항)처럼 가까운 분들을 기억하며 배우자는 것이 발행 취지였지요. 사실 이분들은 시복 시성될 일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 책은, 우리 시대 우리 가운데에도 성인처럼 사는 사람이 있었음을 일깨워 주고 ‘나도 이렇게 살아 볼 수 있겠구나!’라는 용기를 준다는 면에서 참 귀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충북도민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축제’와 교구 연극단 ‘이마고 데이’는 지역의 정체성에 토대를 둔 ‘문화사목’의 사례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 정의와 민주, 자유를 외치던 1990년대 초, 신학생이었던 저는 ‘우리가 신부가 될 때쯤이면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그러면 그때는 문화사목을 해야지.’라고 생각하곤 했어요. 실제로 그런 세상이 바로 찾아온 건 아니었지만, 문화라는 옷은 우리의 신원과 그리스도교 신앙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전해 주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교구청 마당에서 크리스마스 축제를 열었던 건 그리스도인의 기쁨은 어떤 것인가, 왜 저들은 기뻐하는가를 비신자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어서였어요. ‘이마고 데이’는 2024년에 창단하여 이듬해 9월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에 관한 창작극 ‘길 위에서’를 무대에 올렸고 요즘도 교구 행사 때 공연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3월) 연극을 보며 기도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을 제작 중인데 사순 시기에 올리기에는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반드시 전례력에 맞추지 않으셔도 되니 천천히 준비하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연극단, 문인회 회원들에게 저는 “프로보다는 아마추어를 지향하십시오.” 하고 말씀드려요. 작품 수준이 높지 않아도, 많은 분이 함께 작품을 완성해 가는 여정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은 울타리를 치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가 없는 자리에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또 다르게 살아가는구나.’를 느끼게 하는 것이 문화사목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2027년 7월 세계청년대회(WYD) 교구대회 여정이 ‘교구의 재발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전국에서 열리는 교구대회는 본대회를 잘 준비하는 시간이죠. 밖에서는 어떤 이벤트를 선보일지 궁금하겠지만, 저는 우리에게 온 순례자들을 우리의 문화, 우리가 아는 그리스도교 정신 안에서 환대하고 함께 지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평일 미사에 참례하고 아침저녁으로 기도하시는 분들의 모습에 세계 청년들도 많은 것을 느끼고, 우리도 그 만남을 통해 우리 신앙의 실천이 이렇게 뜨겁다는 것을 재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과거 교구대회를 보면, 홈스테이 가정의 가족들과 말이 안 통할수록 그분들이 얼마나 나를 사랑해 주는지를 마음속 깊이 느끼더라고요. 성경의 바벨탑처럼 말은 우리를 소통하게 하지만 갈라놓기도 하는데, 말이 안 통하면 거짓을 섞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도 홈스테이를 권할 때면 늘 말씀드려요. “언어는 아무런 장애가 안 됩니다.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주교구는 1958년 메리놀 외방전교회 선교 지역으로 설정되어 선교사들의 손으로 기틀을 닦아 왔습니다. 그 시대를 돌아보실 때면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요.

주교가 되어 신앙의 선조들을 돌아보니, 선조들이 살았던 신앙과 우리의 신앙은 똑같은 신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메리놀 외방전교회 시대는 최양업 신부님 때부터 내려온 신앙 선조들의 시대에 이어 시작되었죠. 북녘에서 선교하시던 신부님들이 한반도 분단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월남하신 뒤 청주교구에 오셨고, 복음을 세상 끝까지 전하겠다는 일념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선교에 최선을 다하셨어요. 

그런데 그분들은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 갖고 계시더라고요. 바로 한민족에 대한 사랑이죠. 지금 청주교구에는 메리놀 신부님이 한 분 남으셨는데(함제도 제라르도 신부, 사진), 지금도 북한에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고 하셔요. 그때마다 저는, 그 선교 정신을 제가 제 방식으로 변질시키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돼요. 충청도라는 ‘안전한’ 내륙 지역에 살다 보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잊기 쉬운데, 메리놀 신부님들은 ‘우리 교구’에 갇히기 쉬운 구조 안에서도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 전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선교 정신을 일깨워 주셨지요. 이 두 가지는 교회를 지치지 않고 새롭게 하는 원천이고, 청주교구가 이어 가야 할 유산이라고 생각해요.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을 모두가 염원하고 있습니다. 후배 사제로서 주교님의 가슴에 가장 와닿은 신부님의 면모는 무엇일까요.

저는 최양업 신부님을 저희 교구의 첫 사제라고 생각해요. 신부님이 조선 전역을 누비며 활동하신 1850년대는 지금처럼 교구가 나뉘지 않았던 조선대목구 시기였지만, 사목의 근거지는 충북 진천군에 있는 배티였거든요. 오늘날로 치면 본당 사목구 주임의 거처에 비길 수 있죠.

신부님 삶의 역정(歷程)에서 가슴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하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순교 소식을 들었던 순간이죠. 고국에서 같이 복음을 선포할 하나뿐인 동료를 잃은 아픔! 또 하나는 조선에 들어오시려다가 배가 좌초해서 고군산도 부근(현 전북 군산시 신시도)에 머무실 때예요. 수차례 입국을 시도하고도 중국 상하이로 되돌아가야 할 상황이 되자, 복음을 전해야 할 포교지를 눈앞에 두고 떠나야 하는 슬픔에 눈물을 흘렸다고 하셨지요.

그에 비하면… 저는 너무나 못 미치는 신앙을 살고 있네요. 물론 저는 교구장 주교로서 교회를 돌보고 다스리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신자로 살아가는 일인데, 신부님을 생각하면 나에게는 저런 복음의 기쁨, 복음 선포의 갈망이 있는지 돌아보게 되죠. 우리 모두 그런 신앙의 열정과 기쁨을 품고 있다면 교회는 건강하고 희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최양업 신부님을 따라가고픈 원의만 있어요.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이기는 해도, 우리에게 그런 분이 계시다는 것이 놀랍고 감사할 뿐이죠.


이 책이 나올 때가 성소 주일 즈음인 것에 착안하여 주교님의 사제 성소에 대해 여쭤보았습니다. 소년 레지오에서 배운 대로 묵주기도를 바치며 등교하던 중학생이 청년이 되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던 중, 주위의 신부님들에게서 본 예수님의 모습에 이끌려 그 길을 따라나섰다지요. 그 잔잔한 이야기에서, 많은 이가 성소의 위기를 염려하는 지금도 성소의 씨앗은 우리 곁의 젊은이들 안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