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22년 청주교구 교구장 성탄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12-26 조회수 : 620

 

2022년 성탄 담화문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루카 2,12)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주님 성탄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드리며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우리가 성탄을 경축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툼과 전쟁, 가난과 기아, 질병과 상실의 아픔으로 고통 받는 모든 이에게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사랑이 풍성히 내리시길 기도합니다.

 

1. 우리의 위로이신 아기 예수님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성탄으로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이 드러났습니다.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신 나머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신 사실보다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있을 수 있을까요? 하느님께서 를 위해 우리를 위해 모든 부요함을 내려놓으시고 가난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성탄의 신비를 가리키며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다’(1티토 2,11. 성탄 밤 미사 제2독서 참조)고 말합니다. 여기서 은총이란 하느님께서 주시는 무상의 선물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구원의 선물을 받기에 합당한 자격이 있다거나 그분의 법을 충실히 지킨 이들이어서가 아니라 우리를 향한 하느님 사랑이 너무도 크셔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사시기 위해 사람이 되셨고(요한 3,16 참조) 우리 모두에게 그 아기가 무상의 선물로 주어졌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성탄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이고 우리가 그분의 사랑에 감사하며 위로와 희망을 얻는 이유입니다.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전하는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고을의 이름이 나옵니다. 바로 베들레헴, 빵집입니다. 그래서 아기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에서 나셨다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한 빵으로 오셨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당신의 삶을 우리에게 양식으로 내어주시기 위해 우리에게 오셨다는 말씀으로 읽힙니다(교황 베네딕토 16, 나자렛 예수. 유년기 100쪽 참조). 이처럼 성탄은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위로가 넘쳐나는 시간입니다.

 

2. 우리의 평화이신 아기 예수님

성탄에 우리는 복음의 기쁨과 그리스도의 평화를 함께 나눕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 서두에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을 언급합니다(루카 2,1 성탄 밤 미사 복음 참조). 당시 로마 제국은 무려 백 년 동안 지속된 정복 전쟁을 통해 세상의 평화를 구현했다고 자부하며 그것을 경축하였습니다. 복음서는 황제의 이름과 예수님의 이름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인간이 전쟁과 폭력을 통해 구축한 세상의 평화와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이루시는 참 평화를 대비시킵니다. 전쟁과 독식을 통해 평화를 이뤘다고 믿어온 제국의 평화는 당신 스스로를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실 아기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와는 너무도 다릅니다.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께 가까이 갈수록 우리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참 평화와 행복이 무엇인지를 더 잘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힘과 권력을 좇아가며 더 소유하고 더 군림함으로써 쟁취하는 평화가 아니라 아기 예수님처럼 더 낮아지고 더 내어줌으로써 얻게 되는 참 기쁨과 평화입니다. 구유 앞에서 우리는 생명을 유지시키고 살리는 것이 재물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탐욕이 아니라 사랑이, 재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를 살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며 마주하는 괴로움, 어려움, 고통이 우리 각자의 삶을 관통하고 있음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마르고 냉혹한 현실 한 가운데를 뚫고 들어와 우리 곁으로 오신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언제나 하느님의 참된 위로와 기쁨, 그리고 그분이 주시는 깊은 내면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대림 3주일 삼종기도 훈화 참조, 20171217).

형제자매여러분, 우리 민족의 분단의 상처와 여러 갈래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반목과 갈등의 아픔을 구유의 아기 예수님께서 치유해주시고 화해와 평화의 은총을 내려주시길 간절히 청합시다. 그리고 우리 모두 구유에 누워계신 평화의 아기 예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 그분의 참 평화를 배우고 그 평화를 마음에 품으며 형제자매들의 손을 맞잡고 서로 격려하면서 예수님께서 세상에 보여주신 평화의 길을 걸어갑시다. 주님의 평화를 이 땅에서 이루기 위해 우리 함께 나아갑시다.

3. 하느님 나라의 표징이신 아기 예수님

하느님께서 아기가 되어 이 세상에 오셨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써 우리를 구원하여 주셨습니다. 이 놀라운 구원의 역사가 성탄의 신비 속에 씨앗처럼 담겨 있습니다. 성탄을 전하는 복음서의 말씀 가운데 마리아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였다는 대목을 떠올려 봅시다(루카 2,12 참조). 모든 것이 여의치 않은 힘겹고 궁핍한 여건 속에서도 성모님과 성 요셉은 최선을 다해 태어난 아기에게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하려 애썼습니다. 우리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모범을 통해 우리 마음에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아기 예수님을 우리 일상에서 영접하고 돌보고 섬기는 삶의 양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는 우리에게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의 모습 속에서 하느님의 참 모습을 보고 아기 예수님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을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구유에 누운 아기는 하느님 나라의 생생한 표징입니다. 성탄으로 드러난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 앞에서 우리는 아기 예수님처럼 하느님 사랑의 놀라운 권능을 세상에 드러내는 작은 표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느님 나라의 겸손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품은 사람은 다른 이에게 위로가 되고 사랑이 되고 희망이 되고 구원이 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홍승의, 초록물고기 40쪽 참조). 신자여러분 모두가 예수님께서 시작하시고 당신의 삶으로 생생하게 보여주신 하느님 나라를 위해 묵묵히 일하며 그 나라 안에서 살아가는 행복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 대한 희망과 사랑으로 구세주의 탄생을 기다려 오신 모든 신자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아기 예수님의 위로와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풍성히 내리시길 기원합니다.

20221225

주님 성탄 대축일

 

 

청주교구장 김 종강 시몬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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