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주교회의 담화2026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공동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6-01-06 조회수 : 19

2026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공동담화문

(2026년 1월 18-25일)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에페 4,4)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 형제자매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오늘 우리는 2026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맞아,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고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시는 성령의 부르심 앞에 섰습니다. 올해 전 세계 교회는 박해와 고난 속에서도 신앙의 불씨를 지켜온 동방 정교회의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깊은 영성과 마주합니다. 301년 세계 최초로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받아들이고, 역사의 굴곡 속에서 수많은 외침과 집단 학살이라는 죽음의 골짜기에서도 ‘십자가의 신앙’을 부활의 증거로 삼아온 그들의 역사는 오늘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는 독창적인 전례와 신학적 전통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로마 가톨릭, 동방 정교회, 개신교와 폭넓게 대화하며 '다양성 안의 일치'를 실천해온 모범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유산을 ‘배타적 장벽’이 아닌 ‘풍요로운 선물’로 삼아 세계 교회와 소통해왔습니다. 또한 아르메니아 교회는 나라를 잃고 전 세계로 흩어진 디아스포라의 아픔과 소비에트 무신론 체제하의 억압 속에서도, 제도의 힘이 아닌 ‘한 분이신 성령’ 안에서 신앙의 정체성을 지켰습니다. 그들에게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희망을 간직하게 해주는 ‘지성소’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와 개신교회, 그리고 정교회는 2014년에 창립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를 통해 서로를 형제로 받아들이며 화합과 일치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2026년, 우리는 아르메니아 교회의 교훈을 따라 서로 다른 전통과 역사를 넘어, 구원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하나의 희망’으로 부르시는 주님을 향해 함께 걸어가야 할 소명을 일깨우고자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지 않고, 성령께서 각 교파에 허락하신 고유한 은사를 존중하며 배울 때, 비로소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을 성장시키는 일”(에페 4,12) 에 함께 할 것임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현재 한국 사회의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이념과 가치관의 양극화로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마저도 정체기를 맞이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일치의 동력은 외적 제도보다 시련 속에서 단련된 ‘영성’에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형식적인 만남을 넘어, 삶의 고통과 신앙의 기쁨을 나누는 ‘영적 우정’을 쌓아야 합니다.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낸 아르메니아 교회의 영성을 본받아, 우리도 교파의 울타리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함께 기도하며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영적일치’와 ‘우정의 에큐메니즘’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성경은 주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실 때에 하나의 희망을 주신 것처럼”(에페 4,4)이라고 선포합니다. 우리는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와 위기에도 그 아픔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 정의와 교육, 자선 사업을 통해 ‘부활의 증인’으로 세상 속에 현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이 가진 ‘하나의 희망’의 힘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일치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닙니다. 일치는 “세상이 믿게 하려는”(요한 17,21) 선교적 과제이며, 분열된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래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먼저 혐오와 배제가 있는 곳에 환대와 사랑의 식탁을 차려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본보기가 되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화해의 사도’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하나의 몸’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탐욕을 버리고 창조 세계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생태적 회심을 통해 ‘녹색 순교’의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소명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심으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행동합시다.

 

사랑하는 자매형제 여러분,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아르메니아 교회가 역사의 어둠 속에서도 ‘빛을 위하여 빛에서 나신 빛’이신 그리스도를 증언했듯이, 우리도 세상의 분열 속에서 일치의 빛을 밝혀야 합니다. 우리의 일치는 우리의 힘이나 노력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주시는 선물입니다. 2026년 새해, 우리에게 주신 ‘하나의 희망’을 굳게 붙잡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세상의 생명을 위해 함께 걷는 일치의 순례자가 됩시다. 이로써 한국 교회가 일치를 통해 새로워지고, 그 새로움이 우리 사회와 온 세상을 비추는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6년 1월 18일


한국천주교회      이 용 훈 의장 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박 승 렬 총무

한국정교회      조 성 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대한예수교장로회      정 훈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      황 규 진 감독

한국기독교장로회      이 종 화 총회장

한국구세군군국      김 병 윤 사령관

대한성공회      박 동 신 의장주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윤 창 섭 총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우 시 홍 전 총회장

기독교한국루터회      원 종 호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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