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21년 청주교구장 부활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4-04 조회수 : 873

2021년 부활 담화문

 

“이날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세”

 

 

1. 오늘은 주님 부활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을 축하드리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에게 가장 큰 기쁨의 원천을 마련해 주신 날입니다. 이 기쁨은 우리가 죄와 죽음에서 해방되어 구원을 받은 감격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죄와 악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습니다. 또한 우리는 언젠가 불현듯 찾아올 죽음을 두려워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은 자기 스스로 죄와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인류가 결코 풀 수 없는 죄와 죽음의 문제에 대한 유일하고도 궁극적인 해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성경에 기록된 대로 묻히신지 삼일 만에 부활하심으로써 “죽음을 영원히 없애버리셨습니다”(이사 25,8). 그리하여 예수님을 구세주 그리스도로 믿고 세례를 받으면 누구나 죄를 용서받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간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권능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세례로 예수님과 함께 죽고 묻힌 우리도 새 생명을 얻어 영원히 살게 되었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28항, 로마 6,4-5 참조). 이렇게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가 항상 기뻐하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며, 늘 기도하는 삶의 토대요 원천이 되었습니다(1테살 5,16-18 참조).

 

3. 주일은 부활하신 주님의 날입니다. 주일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주일은 매주간 돌아오는 ‘작은 부활절’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 다음날, 곧 주간 첫날에 부활하셨습니다(마태 28,1 참조). 초대교회 신자들은 처음부터 주님께서 부활하신 주간 첫날을 ‘주님의 날(주일)’로 지내기 위해 함께 모여 성경 말씀을 듣고 성찬례를 거행하였습니다. 교회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자녀들이 매주일 함께 모여 예수님의 부활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주일미사를 줄곧 거행하여 왔습니다. 이처럼 주일은 그리스도인 생활에 핵심이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급변하는 우리사회의 여러 상황들은 신자들의 주일미사 참석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주일의 근본적 의미가 상실되고, 단지 주말의 일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확산은 신자들의 주일미사 참석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한때는 모든 본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하는 주일미사가 중단되었고, 이후에도 장기간 제한적 인원으로 미사를 거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회는 부득이 신자들에게 (평화방송미사, 유튜브 미사 등) 비대면 방식의 대송으로 주일미사 참례의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습니다(교회법 1245조, 한국천주교회 사목지침서 제 740조 4항 참조). 이와 같은 교회의 조치는 주일을 꼭 지켜야 한다는 신자들의 의식에 큰 혼란을 초래하였습니다.

주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계명은 하느님의 명령입니다. 주일미사 참례는 신자 각자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신자들은 누구나 주일미사에 참여할 중대한 의무가 있습니다”(교회법 1247조 참조). 주일미사 대송허용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교회가 주일미사 참여의무를 대신하도록 한시적이며 예외적으로 허용한 결정이지, 신자 각자가 아무 때나 임의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주일은 그리스도인 생활에 핵심이 되는 날입니다. 주일은 그리스도인 생활 속에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일 년 52주 주일미사에 꼭 참여하는 가운데 활력 넘치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4. 주일은 사랑을 실천하는 날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사랑하여라”(요한 13,34) 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당신 목숨을 내어주시기까지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셨습니다. 우리를 위한 주님의 지극한 사랑의 기억이자 기념인 “주일의 성찬례는 우리에게 사랑의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갖가지 애덕과 신심, 그리고 사도직 활동에 투신하도록 촉구합니다”(주님의 날, 69항 참조). 사도시대 이후부터 주일 모임은 사실상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사람들과 형제애의 나눔을 실천하는 시간이었습니다(주님의 날, 70항 참조).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을 공경하고자 하십니까? 그렇다면 그분께서 헐벗으셨을 때 모른 체하지 마십시오. 비단으로 장식된 성전 안에서 그분을 공경하면서, 그분께서 바깥에서 추위와 헐벗음으로 고통당하실 때는 모른 체하지 마십시오. 먼저 그분의 주린 배를 채워드리고 나서 남은 것으로 제대를 꾸미십시오”(주님의 날, 71항 참조).

우리 주변에는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장기화 여파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일일노동자,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성찬례는 우리에게 형제애를 실천하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매주일이 고통과 가난, 그리고 외로움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물질과 시간을 나눔으로써 사랑을 실천하는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5. 사랑하는 형제자매여러분, 부활대축일을 맞이하여 주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금 마음에 깊이 새기며, 주일을 거룩히 지키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당부합니다.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2021년 4월 4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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