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18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2-27 조회수 : 753

2018년 성탄 담화문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루카 2,7)

 


  사랑하는 형제 자매여러분,
  1. 오늘 구세주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성탄을 축하드리며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신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 루카복음은 예수님의 탄생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온 천하에 호적 등록을 하도록 칙령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본향으로 갑니다. 요셉도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등록을 하러 본향인 베들레헴이라 불리는 다윗 고을로 갑니다. 요셉은 다윗의 후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베들레헴에 머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첫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습니다”(루카 2,7).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루카복음의 예수님 탄생하신 밤에 관한 기록은 구유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루카 2,7.12.16)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구세주로 오시는 예수님께서는 ‘머무를 방’ 하나 내어주는 사람이 없어 황량한 들판 마구간 구유에 태어나셨던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3. 포대기에 싸여 누추한 마구간 구유 위에 누워 있는 이 아기는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밤 목자들에게 나타난 천사는 이 아기가 어떤 분이신지 이렇게 전해줍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자요 인류의 구세주이십니다.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원조 아담이 범죄한 후 인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인류가 고대해 온 메시아이십니다. 오늘 탄생하신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계신 이 아기는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주님이시며, 평화를 주러 오신 평화의 왕(이사 9,5; 미가 5,4)이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탄생하신 밤 그 누구도 머무를 방을 내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4. 예수 성탄은 예수님이 세상에 오심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기리는 날이자, 언제나 모든 것을 새롭게(묵시 21,5) 하시는 예수님에게 머무르실 방을 내어 드릴 것을 다짐하는 날입니다.


  우리 모두는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을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예수님을 구세주로 우리 마음에 모신다는 것은 예수님을 참된 삶의 주인으로 고백하며, 삶의 모든 희망을 예수님께 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하여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그분이 머무실 자리, 곧 시간을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우리 가정은 주님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한 가정의 구원과 행복은 생명의 근원이요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돌아감으로써, 인류의 희망이요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가정 가운데 모심으로써 시작됩니다. 여러분 가정에 주님께서 ‘머무를 방’을 마련하고 주님을 맞아들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마련해야 할 방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가족이 둘러앉아 만드는 기도의 자리, 섬김과 나눔의 자리입니다.


  우리 사회는 평화를 주러 오신 예수님을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평화는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자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집이라고 할 것도 없는 누추한 마구간이지만 그곳이 바로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택하신 자리입니다. 평화의 자리는 이렇듯 가장 낮은 곳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18년 현재 자기 고국과 고향을 떠나온 외국인이 2백 40여만 명이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과 그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이나 예멘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온 난민들도 있습니다. 가깝게는 분단의 아픔 속에 70년을 가족과 헤어져 살아온 실향민과 북녘을 떠나온 새터민들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 이웃에는 경제적 불평등과 편견으로 인한 차별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늘날 평화의 자리는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고국과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찾아가 함께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바로 평화를 주러 오신 예수님을 맞아들이는 삶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5. 교회의 어머니신 마리아께서 오늘 우리 가운데로 오신 예수님께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기를 청하며,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그리고 한반도에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18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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