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13년 교구장 부활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04-01 조회수 : 711

2013년 부활 담화문

"보고 믿었다"(요한 20,8)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요한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소식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요한 20,6.8)


2.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무엇을 보고 믿었습니까? 주님께서 돌아가신 후 빈 무덤과 주님의 시신을 감쌌던 아마포가 잘 개켜져 있는 사실을 처음 목격한 사람은 마리아 막달레나였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요한 20,2)라고 말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놀라서 무덤으로 달려갔고, 무덤에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실 빈 무덤과 잘 개켜진 수의는 인간의 이성이나 자연법칙으로 잘 설명하거나 파악될 수 없는 신비입니다. 그래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누가 저의 주님을 꺼내갔고,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와 주님께서 사랑하신 제자'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깨달아'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지거나 다른 데로 옮겨진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표지로 믿었습니다(요한 20,1-8참조).


3. 제자들이 목격한 예수님의 빈 무덤과 시신을 감쌌던 아마포는 무엇을 상징합니까? 예수님의 빈 무덤이나 시신을 감쌌던 아마포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는 것은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들에게는 어리석음이지만, 믿는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1고린 1,23-25 참조).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통하여 믿는 이들을 구원하기로 작정하셨습니다(1코린 1,21). 예수님은 "자신을 낮추시어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필리 2,8)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셨으며,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1요한 3,16) 내놓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삶은 하느님과 이웃을 철저히 사랑한 '비움과 내어줌'의 삶이었습니다. 따라서 빈 무덤과 잘 개켜진 아마포는 하느님의 지혜에 따라, 자신을 비우고 내어주는 십자가 신비인 동시에 '그분이 들어 높여지심'(구원에 이르는 고통, 22항)을 예표하는 부활의 상징입니다.


4.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디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까? 우리 신앙선조들은 예수님 부활의 표지인 빈 무덤이나 잘 개켜진 아마포를 보지 못하였으나,  예수님의 부활을 굳게 믿고 모진 박해 속에서도 목숨을 바쳐 신앙을 고백하였습니다. 특히 금년 탄생 200주년을 맞는 황석두 루카 성인은 1813년 충청도 연풍 병방골에서 태어나 천주교 도리를 접해 입교한 후 모진 고문 중에도 "비록 만 번 죽더라도 천주를 배반하는 것은 불가합니다."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이렇게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쳐 신앙을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은 굳건한 부활 신앙 때문입니다. 신앙 선조들에게 뿐만 우리 모두에게도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신앙의 근원이요 희망의 원천입니다. 그러하기에 교회 공동체는 소리를 높여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나이다."(부활삼종기도) 하며 경축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 신앙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어디서 만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하느님 백성의 영적보화인 '말씀'과 '성체'입니다. 우리는 '말씀' 안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또한 구원의 성사인 성체성사를 거행할 때마다 더욱 탁월한 방법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우리의 신앙을 견고케 합니다.


5. 우리는 어떻게 부활 신앙을 살아갈 수 있습니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확산으로 종교와 구원에 대한 무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영상미디어의 눈부신 발달과 보급,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사고를 초월하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와 부활 신앙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회피하거나 무관심해 가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향은 가정에서부터 가족들이 함께 모여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의 부재 현상을 통해서 드러나고, 교회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교회를 속속 빠져나가는 현상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에 근거한 부활 신앙은 우리 신앙의 기초요 핵심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부활에 뿌리를 둔 부활 신앙은 우리 삶의 참 기쁨과 희망의 원천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구원의 빛을 되찾은 우리는, '비움과 내어줌'의 사랑을 가정에서부터 실천하고 증거하여 신앙의 해에 더욱 담대하고 용기 있게 '믿음의 문'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부활 영성은 이웃의 호의에 감사하고 자신의 탓을 인정하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하여 성체성사의 '내어줌의' 삶을 살아감을 의미합니다. '성체성사의 삶'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첫 자리에 모시는 말씀 중심의 삶입니다. 또한 성체성사의 삶은 구체적인 말씀 실천의 삶을 통해 '임마누엘 하느님'의 현존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깨닫는' 체험 중심의 삶입니다. 신앙의 해에 말씀과 성체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체험하여 신앙의 활력을 찾고, 우리 모두 확신과 기쁨을 가지고 부활하신 주님을 이웃과 우리 사회에 증거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6. 예수님은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으로써 죄와 죽음을 물리치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장차 부활하리라는 희망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며 오늘의 시련을 이겨내고 ‘비움과 내어줌’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부활을 경축하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13년 3월 31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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