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14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12-26 조회수 : 746

2014년 성탄 담화문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 1,23)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오늘 구세주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신자 여러분의 가정, 그리고 온누리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특히 구세주 강생의 기쁜 소식이 이 땅의 고통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며,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 마태오 복음 1장 23절을 보면,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알려줍니다.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 1,23). 천사는 예수님의 탄생이 하느님께서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사 7,14 참조)의 성취며 실현이라고 선언합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신 근본적 의미는 바로 ‘임마누엘’이며,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사건이며,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실제로 느끼게 하는 표징입니다.

 

3. 예수님의 삶은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삶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동참하셨고, “배고픔과 목마름과 궁핍을 겪으셨으며, 더 나아가 여러 가난한 사람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에 대한 실천적 사랑”(가톨릭교회교리서, 545항)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시며 하느님의 나라가 그들의 것임을 알려주셨고, 죄인이라 불리던 이들, 병자들과 늘 함께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인고을에서 외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들어 위로해 주셨습니다(루카 7,11-15 참조). 또한 세관장이었기에 민족의 죄인으로 취급되어 사람들로부터 소외되었던 자캐오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머무셨습니다(루카 19,1-10 참조). 예리코에서는 구걸하던 눈먼 이를 가까이 불러 치유해 주셨습니다(마태 20,29-34 참조). 이 모든 것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2천년이 지난 오늘, 예수님을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 모두에게도 변함없이 동일하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에게 커다란 기쁨이며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됩니다.  


4. 예수 성탄은 사랑의 삶에로의 초대요 요청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신과 같은 임마누엘의 삶에 동행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예수님의 초대는 그 분을 믿고 따르는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을 본받아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삶을 사는 것에 맞닿아 있습니다. 이 사실은 최후의 심판에 관한 말씀에서 더욱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이 말씀이 이끄시는 사랑의 삶을 직접 보여주신 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한국 사목 방문을 통하여 이 땅의 고통받는 이들, 상처받은 이들을 만나고 따뜻이 안아 주셨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셨던 모습, 위안부 할머니들을 눈물 어린 시선으로 보듬어 안아 주셨던 모습, 많은 장애인들을 따뜻하고 환한 미소로 안아 주시며 토닥이시던 모습, 몇 번이나 차를 세우며 아기들에게 입 맞추시며 축복하시던 모습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참된 신앙인의 삶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또한 광화문에서 있었던 시복식 미사 강론을 통해 교황님께서는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서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섬기는 일은 다름 아닌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5.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는 구원자요 주님이며 메시아이십니다. 이러한 신앙고백을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삶을 본받는 우리의 삶을 통해 고백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는 지치고 힘든 우리 삶에 희망을 주시는 분으로, 절망 속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자로,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 오셨습니다. 이제 예수님께로부터 희망과 용기, 사랑과 위로를 받은 우리가 소외되고 지치고, 병들고 고통받는 이들의 벗이 되어 사랑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임마누엘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과 세상에 증거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성탄을 축하드리며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교구 공동체, 그리고 지역사회에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가득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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