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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가톨릭 미술상 수상자 발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6-01-12 조회수 : 188

제29회 가톨릭 미술상 수상자 발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서상범 주교)는 제29회 ‘가톨릭 미술상’에 한진섭 요셉 작가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을 선정하였다. ‘젊은 작가상’에는 정자영 가브리엘라 작가의 〈The Living Altar〉와 임자연 헬레나 작가의 〈올리움 ‘Orium’〉을 각각 선정하였다. 


제29회 가톨릭 미술상 시상식은 2026년 2월 20일(금) 오후 2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축하 미사와 함께 개최되며, 수상작 전시회는 2026년 2월 20일(금)부터 27일(금)까지 갤러리 보고재(서울 삼성동)에서 열릴 예정이다.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 가톨릭 성미술의 토착화와 활성화를 후원하는 동시에 교회 내적‧문화사적 공헌을 기리고자 1995년에 가톨릭 미술상을 제정한 이래 현역 미술가들의 근래 작품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하여 부문별로 시상하고 있다. 


◆ 심사 총평


세계를 과학적 언어의 총체라고 정의한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모든 가능한 과학적 문제들이 다 해답을 얻는다 하더라도 인생의 문제는 전혀 건드려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논리적인 진술과 과학적 검증이라는 합리성의 법칙으로 인해 우리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들이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사상 초유의 과학적 발전을 이룩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고, 오히려 과거보다 더 알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 세계의 미술작가들은 여전히 느리지만 인생의 문제, 그리고 빛과 어둠, 몸과 희생, 물성, 침묵, 고통 등 인간이 직면한 문제에 관하여 심층적으로 다루고 탐구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과학 기술의 시대에 창조주 하느님을 향한 좁은 길을 선택하고 작업한다는 것은 매우 귀하고 고무적이다. 올해에도 다양한 분야에 응모해 주신 모든 응모자 분들께 숫자나 그래프, 형식 너머에 숨어 숨 쉬고 있는 하느님 사랑과 인간적인 목마름에 대하여 먼저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번 응모작들 가운데에서 엄선된 작품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부 벽감에 설치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 설치 영상 〈The Living Altar〉, 디자인 〈올리움 ‘Orium’〉 모두 3점이다. 


1. 그중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을 제작한 한진섭 조각가를 조각 부문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 일치로 제29회 ‘가톨릭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조각가 한진섭 선생은 한국 석조예술의 깊은 이해와 애정의 바탕 위에 독특한 조각적 양식의 높은 성취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돌을 다루어 온 경험이 탄탄하여서 대리석 선정과 작품 제작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갖가지 어려운 상황을 특유의 열정으로 극복하였고, 마침내 2023년 9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부 벽감 안에 알맞은 크기(폭 1.8m, 높이 3.7m)와 조화로운 구조로 작품을 완성하여 안전하게 설치하였다. 이 작품은 단순히 ‘성 김대건 신부 성상’을 넘어 한국 천주교회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이래 거의 한 세기에 걸친 혹독한 탄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신앙의 기쁨으로 이겨낸 만여 명의 순교자와 성인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 작업한 뜻깊은 작품이다. 또한 돌과 함께 50년을 인내한 한 조각가의 집념이 만들어낸 역작으로서 그의 공로는 우리 교회 미술의 역사에 길이 빛날 것이다. 


바티칸에 우뚝 선 25세의 젊은 청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은 도포를 입고 갓을 쓴 모습이다. 오늘날 K-컬처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문화의 한 축으로서 세계인들이 성인의 형상 안에 내면화된 숭고한 정신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열어 주고 있다.


2. 회화 부분의 ‘젊은 작가상’ 수상작은 정자영의 설치 영상 〈The Living Altar \ 살아있는 제대: 은총의 지형〉이다. 영상 작가 정자영 선생의 작품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놀라운 깊이와 흡입력을 발휘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녀의 영상 예술 작업은 깊은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차츰 신학적 질문으로 발전해 간다. 전쟁에서 잃은 아이의 산산조각 난 몸, 난민, 병자들의 부상 당한 몸 등 다른 몸의 무게를 상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짊어질 수 있을까?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등의 진지한 질문과 개인적 탐구는 현대미술로 드러내고자 하는 가능성으로 드러난다. 그리스도교 제단화와 전례의 전통에서는 ‘성체 거양’이라는 전례적 행위가 부활하신 주님의 임재를 의미한다. 정자영은 응모작 〈The Living Altar \ 살아있는 제대: 은총의 지형〉에서 자신이 다루는 영상 매체를 깊이 있는 가톨릭 전례, 그 신학적 내용을 새로운 현대 미디어 언어로 담아내고 있는데, 이는 중세 제단화의 전통인 삼면화(triptych)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구조이다. 이 영상은 ‘최후의 만찬’에서 ‘부활’에 이르는 여정을 3분에 담아 제작하였다. 그리스도의 몸이 들어 올려지는 순간과 조명의 변화가 섬세하게 맞물려 영사된다.


정자영은 자신의 작업 노트에 “이 작업은 그 고통을 제거하거나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이 빛을 통과하며 가시화되는 순간에 주목한다. 상처가 사라진 이후의 빛이 아니라, 상처를 통과한 빛—그 빛이 제대 위에 머무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탐구하고자 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3. 디자인 부문의 ‘젊은 작가상’ 수상작은 임자연의 〈올리움 ‘Orium’〉 촛대이다. 작가 임자연의 물질에 대한 본질적 탐구와 영성적 표현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금속의 물성과 석재의 물성을 활용하여 가톨릭 전례의 고귀함을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지점에서 심사위원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제대 촛대의 조형미와 금속 표면의 거친 재질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신앙의 의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발현하여 미학적 공감의 조형 언어를 이끌어 내고 있다.


부활 촛대 하단의 거친 대리석 질감은 원초적 생명감을 집요하게 탐색하여 토속성 짙은 정감으로, 작가가 의도한 돌 문을 열어젖히고 무덤 밖으로 나오신 예수님의 부활과 그 부활을 믿는 가톨릭 신자들의 굳건한 믿음이 효과적으로 겹쳐져서 초 본연의 불꽃이 주는 온화한 분위기와 더불어 ‘내면의 평화’ 그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촛대는 인간의 연약함을 배려하는, 기도하는 공간 안에 세워진다. 인간을 사랑하는 바탕 위에 촛대를 디자인하고 스케치하는 출발에서부터 촛대의 금속 부분을 다루고 제작하는 과정 그 자체가 수련이고 기도하는 마음의 반영이라는 작가의 사고가 작품의 형태와 표면의 질감으로 녹아 있어 가톨릭 미술이 신자들의 생활 가운데 신앙과 맞닿아 있으며 공감하는 언어로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예의 작품이다.


이상 심사 결과에 대한 총평을 마무리하며 신앙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고, 오직 우리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의 찬미가 되기를 감히 바라면서, 축하의 마음과 함께 앞으로의 활발한 창작 활동을 기대한다.


- 심사위원장 조숙의 베티 미술학 박사  - 


제29회 가톨릭 미술상 심사위원회

서상범 주교 /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 겸 미술상 운영위원회 위원장

신지철 신부 /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 총무 겸 미술상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심사위원 회화_김세중, 윤인복, 이동표

심사위원 조각_안병철, 조숙의, 전범주

심사위원 공예(디자인)_신정은, 홍수원



◆ 선정 내용


‘가톨릭 미술상’ 조각 부문, 한진섭 요셉 작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




수상 작품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 370x183x120cm, 대리석, 2023년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 얼굴 부분



 [참고] ▲ 2023년 9월 16일(토) 오후 3시(한국 시각 오후 10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 축복식 (사진: 가톨릭신문 제공)


작품 설명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1821년에 태어나 1846년 9월 16일 25세의 나이로 순교한 최초의 한국인 사제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2020년 11월 29일 - 2021년 11월 27일)을 마무리하며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을 기억하고자 성상을 제작하기로 하였고, 주교회의 2022년 추계 정기총회의 결정에 따라 16개 교구가 성상 제작비를 지원하였다.


2023년 9월 5일, 성 베드로 대성전 외부 벽감에 설치된 성 김대건 신부 성상은 높이 3.70m, 가로 1.83m, 세로 1.2m의 비앙코 카라라 대리석으로 제작되었다. 성상은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으로 부드러운 곡선과 볼륨을 강조하였으며, 두 팔을 벌려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Mauro Gambetti, 성 베드로 대성전 수석 사제)은 축복식에서 “김대건 신부 성상을 계기로 그동안 바티칸의 조각이 수도회 설립자 중심의 서양 성인에서 전 세계 성인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그 의미를 밝히기도 하였다. 한진섭 작가가 바티칸 조각사 방향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조각가들이 기피하는 노동과 고도의 기법을 요하는 돌조각의 외길을 50여 년간 묵묵히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작가상’ 회화 부문, 정자영 가브리엘라 작가

〈The Living Altar \ 살아있는 제대: 은총의 지형〉




수상 작품




▲ 〈The Living Altar \ 살아있는 제대: 은총의 지형〉, 2025년, 약 100×40cm(조명 위치에 따라 가변적)

3채널 영상(3분 루프)과 조명 싱크를 이용한 디머 조명 프로그래밍

-독일 쾰른 그로스 성 마르틴 교회에서 촬영(Filmed at Groß St. Martin Church, Cologne)-



작품 설명


이 설치 작품은 전통 제단화의 삼면화 구조를 현대 미디어 언어로 변형하여, 제대를 하나의 살아 있는 신학적 무대로 재구성한다. 중앙 영상은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다루며, 빛의 조명과 정밀하게 싱크되어 ‘들어 올려지는 몸’의 상징을 드러낸다.


두 개의 전등은 촛불을 상징하고, 제대(altar)는 사랑과 희생의 불로 타오르는 ‘상징적 재단’으로 제시된다. 제대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자 무덤을 암시하며, 동시에 고통받는 생존자들이 바쳐지는 제물의 자리를 나타낸다. 그 위에는 세 개의 영상을 설치하였는데, 이는 중세 제단화의 전통인 삼면화(triptych)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구성이다. 영상은 ‘최후의 만찬’에서 ‘부활’에 이르는 여정을 3분간의 영상으로 담아내며, 예수의 몸이 들어 올려지는 순간과 조명의 변화가 정밀하게 맞물려 있다.


양옆의 세로 패널에는 고통받는 동시대 인물들의 몸짓과 기도의 자세가 교차하며, 인간의 수난과 신앙의 응답이 맞닿는 지점을 시각화한다. 이 구성은 전통 삼면화에서 날개가 맡아온 ‘인간의 응답’의 자리를 현대적으로 갱신한다. 중앙의 부활의 빛은 양쪽 패널의 어둡고 절박한 몸짓을 감싸며, 고통의 현실을 은총의 빛으로 전환시키는 시각적 신학을 형성한다. 그 결과 제대는 단순한 과거의 제사 장소가 아니라, 동시대의 상처를 품고 변화시키는 ‘현재적 부활의 공간’으로 새롭게 드러난다.



‘젊은 작가상’ 디자인 부문, 임자연 헬레나 작가

〈올리움 ‘Orium’〉 촛대



수상 작품


▲ 〈올리움 ‘Orium’〉 촛대, 브론즈 & 대리석, 2025년

제대 촛대 400×270mm


▲ 〈올리움 ‘Orium’〉 촛대, 브론즈 & 대리석, 2025년

부활 촛대 250×1000mm



작품 설명


우리는 미사를 드릴 때, 그리고 기도를 올릴 때 촛불을 밝힌다. 초는 ‘그리스도, 세상의 빛’을 상징하며 자신의 몸을 태워 빛을 내는 희생과 봉헌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담은 초를 받치는 「촛대」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본인은 ‘그리스도의 빛을 높이 들어 올리는 도구’로서의 촛대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작품의 이름 「올리움-Orium」은 한글 의미로 ‘들어 올림’을 상징함과 동시에 라틴어 ‘orium’의 의미를 담고 있다. 라틴어에서 접미사로 사용되는 ‘-orium’은 ‘~하는 장소, ~을 위한 도구’라는 의미로, ‘하느님의 빛을 담아 올리는 자리, 빛을 들어 올리는 도구’로써의 촛대의 의미를 상징한다.


촛대가 단순히 초를 ‘받치는’ 받침대로써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빛을 들어 올려 ‘바치는’ 도구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점에서 착안하여 “손을 모아 정성껏 들어 올리는 모습”을 모티브로 하여 디자인하였다.


제대 위에서 사용되는 「제대 촛대」는 두 팔로 정성껏 초를 들어 올리는 듯한 모습을 상상하며 디자인하였다. 오른쪽의 두꺼운 하단부로부터 두 갈래의 라인이 뻗어나와, 두 팔을 벌려 초를 들어 올리듯이 초를 받치는 형태를 취한다. 이는 바닥면에 삼각형 구도를 형성하여, 하단부 받침이 앞에서 봤을 때는 얇은 판처럼 보이지만 안정적으로 초받침을 지지한다.


「부활 촛대」는 무거운 돌 문을 열어젖히고 무덤 밖으로 나오신 예수님의 부활과, 죽음으로부터 다시 살아나심을 믿는 굳건한 믿음과 신앙의 상징으로서, 하단에 무게감 있는 석재 덩어리를 사용하였다. 덩어리의 형태는 매끄럽게 다듬지 않고 거칠게 정다듬하여, 예수님께서 부활에 이르기까지 겪으신 모진 수난의 의미를 내포하면서 자연스러운 석재의 느낌을 살렸다. 석재 기반 위에 세워진 촛대는 마치 초가 공중에 띄워진 듯한 형태로 보여지도록 디자인하여 모진 수난 이후에 영광스럽게 하늘로 들어 올려진 부활의 빛을 공중에 들어 올려 밝힐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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